발레의 본질을 보지 못할 경우의 부작용

The background photo is actually my body wearing a leotard of magnolia pattern, a product of Eleve Dancewear

10년전에 종종 발레정보를 얻으려고 들어가던 네이버카페가 있었는데, 최근에 발레를 다시 시작하면서 카페를 참조하려고 들어갔다가 너무나도 달라진(거의 망가진) 카페 게시판을 보고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재 해당 카페는 거의 중고발레복 거래와 레오타드 패션사이트로 변질되어 있었다. 취미발레인들이 관련시장 성장에 일조를 하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긴 한데, 등산붐이 일때 등산복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큰 현상과 비슷해서 코믹해 보이기까지 한다. 본질적인 고민을 하기 보다 보조적인 도구에 더 큰 집착을 보이는 현상이 말이다. 한편으로는 발레 자체가 다른 소셜댄스처럼 쉽게 즐길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보니 부가적인 요소로 기쁨을 찾으려는 심리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발레만큼이나 성취감을 느끼기 힘든 악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유사한 경향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소하게 바이올린 줄을 자주 갈거나, 송진을 갈거나, 교본이나 악보를 계속 사 모으는 것처럼 말이다. 주머니 사정이 괜찮은 취미 음악인들은 악기 업그레이드나 수집을 하며 부족한 실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어보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발레 정보 카페 내 게시판에 도배된 레오타드 관련 글을 걸러내고 글을 읽어보면, 수업 시간에 다른 이들에게 본인이 어떻게 보일지에 상당히 민감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사실 발레 자체에 집중하다보면 다른 이들을 볼 여유가 없는데, 그런 것들을 고민한다는 자체가 어쩔 수 없는 한국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내지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는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무엇을 하던 잘 하고 싶다는 강한 투지,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는 성향,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던 잘 하고 싶다는 투지는 좋은데, 이것이 본인의 행복과 즐거움을 앗아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다. 소셜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에서도 이런 경향이 어찌나 심한지, 우리나라 살사인들만큼 테크닉적으로 살사 댄스를 잘 추는 사람들은 지구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홍콩, 미국, 일본, 호주 살사바에서 직접 추어본 경험에 근거함). 하지만 진정 느긋한 마음으로 춤을 즐기는 데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꼴찌일 것 같다. 완벽함에 대한 집착, 예쁘게 또는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집착이 너무 강해서 바에서 춤을 즐기기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다른 사람들이 추는 모습, 누가 누구와 추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발레 씬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 발레 수업에 들어가면 본인 스스로 못한다라는 프레임에 빠져 선생님이 조금만 복잡한 동작을 보여주면 “와우, 멘붕이에요”라는 식의 한숨을 내지르며 어정쩡한 모습으로 본인을 희화화하며 스스로 발전하기를 멈추려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수업 중에 이런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수업 태도가 불량한 것은 아니다(단,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태도는 아래 몇 가지 요인이 복합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지나친 존경과 우상화(우와, 선생님은 저런 동작이 어쩜 그렇게 쉽게 나오나요! – 전문가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
  • 지나치게 겸손한 자세 +
  • 완벽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아무것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 +
  • 남들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

해외에서 발레를 포함해 여러가지 댄스 수업을 들은 적이 많은데, 취미인들이지만 다들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발레이던 어떤 댄스이던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본인이 따라하기 힘든 동작이 나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동작으로 가볍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어떤 동작을 완벽하게 못 해냈다 하더라도 누구도 비평하거나 신경쓰지 않으며, 스스로 자괴감을 밖으로 드러내는 이도 거의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본인과의 싸움이지 않나)이고, 각자의 그 날의 움직임이 모두 의미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비교해서 내 몸이, 내 춤이 어디에 와 있는지, 내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y myself (PapilionemK)

나도 레오타드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을 입고 뽐내려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움직이기에 너무 편하고, 일반 옷처럼 말려올라가거나 구겨지는 부분 없이 마치 세컨드 스킨처럼 몸에 밀착되어 일상복을 대신해서 입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레오타드가 많을 뿐이다. 주로 티셔츠 아래 속옷으로 입어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레오타드와 같이 발레의 부가적인 요소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의 자세는 내가 발레를 대하는 자세와 거리감이 있다. 나는 발레가 어떤 이의 허영심을 채워주는 도구로 전락한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 왜 속옷과도 같은 레오타드를 중고로 사고파는가? 진정 이해하기 힘들다.

A part of my leotard collection. All are purchased from Eleve Dancewear.
A memory from NY. I used to like Yumiko Leotards but no more these days.
A studio at Alvin Ailey Dance Center,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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