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어에도 높임법이 있다

브로츠와프, 폴란드어, 존칭
Wrocław 시내 전경

폴란드어에서는 관계의 친밀도나 공적인 관계 여부에 따라 상대에 대한 지칭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높임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글에서처럼 동사어미를 변경하거나 단어 자체를 높임의 의미가 있는 단어로 바꿔쓰는 것과 같은 정교한 높임법 규칙이 있지는 않다.

폴란드인 사이에서 처음 만나는 사이, 업무상 만남과 같은 공적인 자리, 상대에 대한 존중감을 표하고자 하는 사이에서는 2인칭을 사용해서(너, 당신)이라고 하지 않고 3인칭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Gdzie ty (wy) jesteś? 너(너희들) 어디에 있어? (친밀한 사이, 격이 없는 사이)

반면, 상대를 높여 부르는 경우에는 3인칭을 사용한다.

Gdzie pan/pani jest?

예를 들어, 호텔 직원이 고객과 통화하면서 “(귀하는) 어디에 계십니까?”인 상황일 수 있다.

즉, 상대를 존중하고자 할 때에는 2인칭(너, 당신)으로 부르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을 ty라고 지칭하면 아무 무례한 사람이 된다.

남성은 pan으로, 여성은 pani로 지칭하며, 이의 복수형은 각각 panowie/panie가 된다.

만약 여성과 남성이 섞인 혼성 그룹에 대해서는 państow라 해야 한다.

동사는 별도로 달라지지 않고 해당 인칭에 맞는 동사를 사용하면 된다.

폴란드어, 존칭

이름을 물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격이 없는 사이에서는 2인칭을 사용해 너 이름이 뭐야?라는 어감으로 물을 수 있지만, 처음 만난 사이, 나이차가 있는 사이, 공적인 자리에서는 절대 2인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Jak się nazywasz? 직역하면 너는 너를 어떻게 부르니?

따라서, 상대를 높여야 하는 경우에는 Jak pan/pani się nazywa?로 물어야 한다.

  • jak=어떻게
  • się=자신
  • nazywać=부르다, 이름 짓다, nazywasz=2인칭, nazywa=3인칭

인사를 한 후 여전히 격식을 갖춰 대해야 하는 경우에는 Pan/Pani+성으로 부른다. 만약 상대가 교수나 의사/박사의 타이틀을 가진 경우 보통 Pan/Pani+타이틀+성으로 부르게 된다.

  • Pan/Pani Smolira = Mr./Mrs. Smolira
  • Państow Smolira = Mr. and Mrs. Smolira
  • Pan/Pani doktor Smolira = Doctor Smolira
  • Pan/Pani profesor Smolira = Professor Smolira

격식을 차린 호칭과 편한 호칭의 중간격으로, Pan/Pani 뒤에 성 대신 이름(first name)을 붙일 수 있다. 주로 회사에서 동료 직원들 간에 이렇게 부를 수 있다.

  • Pan Maciej
  • Pani Katarzyna

격의없게 지내고자 한다면 서로 소개를 한 후, 이름(first name)으로 부를까요? 이렇게 제안할 수 있다.

Czy możemy przejść na ty?

  • czy = 의문문 앞에 오는 단어
  • możemy = móc (can, 할 수 있다)의 1인칭 복수형, 즉, “우리 ~ 할 수 있을까?”에 쓰임.
  • przejść = 나아가다, 진행하다, 지내다의 의미를 지닌 동사 원형
  • na = for, on, at 등의 의미를 지닌 전치사
  • ty = you, 너

즉, 위 문장은 서로 ty라고 부르며 지낼 수 있을까?의 의미를 지닌다.

만약 동의한다면 Proszę, mi mówić Kasia. “카시아라고 불러줘(요)”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으로, 폴란드에서는 이름(first name)을 마음대로 짓지 않고 이름 책자(성경에 나오는 성인의 이름 리스트)에서 골라서 정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관행을 벗어나 작명의 자유가 있다고는 하나 전통적으로는 아기가 태어나면 한정된 성인 이름 목록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기 때문에 해당 사람의 고유한 이름은 성이 붙여질 때 완전해 진다.

또한 성은 가문/핏줄/출신을 드러내는 정보였기 때문에, 공적인 자리 외에 의미있는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낯선 이에게는(예: 바에서 만난 옆 자리 사람) 성까지 말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문/핏줄/출신을 드러내는 본관/파 등은 성에 드러나지 않고, 성은 한 글자 내지 두 글자로 짧은 편이다. 물론 인류가 지나치게 성공적으로 번식하여 한 개인은 거대한 군중 속의 점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현시대에는 더 이상 성이나 본관이 가문/핏줄/출신을 드러내는 표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오래 전 관행이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예로, 학술지에 실린 원고에 저자 이름을 표기할 때 이름(first name)은 이니셜 처리를 하고 성을 풀어서 쓰는 것이다. 현재의 peer review journal은 영국, 프랑스 등 성이 중요한 서양권에서 먼저 시작하였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남아있는데, 이로 인해 많은 한국 저자들의 이름은 O.O.Kim, O.O.Kim, O.O.Kim 등 수 많은 Kim으로 나열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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