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눈을 감을 때는 아랫 눈꺼풀이 올라온다.

해오라기, 새, 감은 눈, black-crowned night heron, closed eyes, lower eyelid, 하안검, 아랫 눈꺼풀
밤낚시를 오래 해서 피곤한 해오라기가 낮에 나뭇가지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 하안검이 위로 올라가 있다.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평소에는 탐조하러 갈 시간이 많지 않아 주로 틈틈이 예전에 찍은 사진을 검토하곤 한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새삼스럽게 눈에 띄인 것이 있었는데, 바로 새는 눈을 감을 때 하안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이 사실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잠이 오면 윗눈꺼풀(상안검)이 스르륵 감기는 인간과 달리 새는 눈을 감을 때 하안검이 주로 눈을 덮고 있다.

처음에는 이 발견을 과대 해석하여 인간은 상안검을 의도적으로 끌어당겨 올려야 눈을 더 크게 뜨고 시각 정보를 입수하는 반면, 끊임없이 천적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새는 의도적으로 하안검을 끌어당겨 올리지 않는 한(하안검에 거상근이 있을 것이라 생각) 언제나 시각 정보를 입수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런 억측을 하기 전에 인간과 새의 눈의 해부학을 확인해야 했다.

인간과 조류를 비교하고 싶었으나, 내가 인간의 해부학 보다는 적어도 개의 해부학을 공부한 적이 있으니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 속하는 개의 해부학을 우선적으로 확인하였다. 그래서 오래된 몇 권의 해부학 및 안과학 교과서와 구글링 등을 참고하여 다음의 정보를 확인하였다.

포유류인 개의 경우 눈을 완전히 감을 때에는 orbicularis oculi muscle이, 눈을 뜰 때에는 상안검을 견인하는(들어 올리는) levator palpebrae superioris muscle과 Muller’s muscle이 주로 관여한다. 그 외 개의 얼굴 표정을 풍부하게 만드는 levator anguli oculi medialis muscle 역시 상안검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 orbicularis oculi muscle: 안구 주위를 둘러싼 조임근의 일종, 피부 바로 아래 위치, 7번 뇌신경의 지배
  • levator palpebrae superioris muscle: 3번 뇌신경의 지배
  • Muller’s muscle: 교감 신경의 지배, 평활근
  • levator anguli oculi medialis muscle: 일부 레퍼런스에는 이 근육을 Muller’s muscle과 동일하게 취급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잘못된 정보인 듯 하다. 이 근육은 개의 상안검 내측을 좀 더 윗쪽으로 들어올리도록 하는 근육으로, 늑대나 늑대와 가까운 시베리안 허스키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나 대부분의 반려견 품종에서는 발견된다. 이 근육을 사용할 경우 개의 얼굴 표정이 측은함과 귀여움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눈썹을 치켜올리는 frontalis muscle(수축 시 이마에 주름이 생기게 하는 근육) 역시 상안검을 2 mm 정도 들어올리는 근육으로 언급되어 있다. 또한 아랫쪽을 볼 수 있도록 하안검을 견인하는 capsulopalpebral fascia와 inferior palpebral muscle도 안검의 운동에 관여하는 근육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개의 해부학에서는 하안검 근육이 상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해오라기, 새, 감은 눈, black-crowned night heron, closed eyes, lower eyelid, 하안검, 아랫 눈꺼풀

이에 반해 조류의 경우, 아래 세 근육이 안검의 움직임에 관여한다.

  • orbicularis oculi muscle: 개나 인간에 비해 아주 약하게 발달됨, 눈을 감기 위한 근육, 7번 뇌신경의 지배
  • levator palpebrae superioris muscle: 상안검을 들어 올림, 그러나 올빼미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새에서 상안검이 크지 않고 유동적이 않아 이 근육의 기능은 크지 않다. 3번 뇌신경의 지배
  • depressor palpebrae inferioris muscle: 하안검을 아래로 내려 눈을 뜬 상태로 유지함, 제3안검이 움직일 때 하안검이 따라 움직이지 않도록 하안검을 고정하는 역할도 함, 3번 뇌신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는 레퍼런스도 있고, 삼차신경(5번 뇌신경)의 하악신경 분지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는 레퍼런스도 있음.

조류에서는 하안검이 상안검에 비해 좀 더 크고 훨씬 잘 움직이고, 눈을 뜨기 위한 근육은 주로 하안검을 아래로 당기는 depressor palpebrae inferioris muscle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상안검을 들어 올리는 levator palpebrae superioris muscle도 존재하나, 일부 올빼미 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새에서 하안검에 비해 상안검의 크기는 훨씬 작고 유동성이 거의 없다. 올빼미들의 경우 상안검이 하안검에 비해 크고 유동적이어서 개처럼 상안검을 들어올려 눈을 뜬다.

조류에서 눈을 감기 위한 orbicularis oculi muscle은 다소 약하게 발달되었다. Muller’s muscle은 어떤 조직학책이나 해부학책에도 조류에 대해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조류(올빼미류는 제외)는 하안검이 대부분 안구를 덮고 유동적인 반면, 포유류인 개나 인간에서 상안검과 하안검의 크기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나 상안검이 더 유동적이다.
  2. 올빼미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류에서 상안검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3. 조류는 하안검을 아래로 당기는 depressor palpebrae inferioris muscle이 수축하여 눈을 뜬 상태로 유지한다. 즉, 이 근육을 이완시키면 하안검이 안구를 덮게 되고, orbicularis oculi의 도움을 받아 눈을 좀 더 완벽히 감을 수 있다(어떤 교과서에도 새가 눈을 감는 기전은 설명되어 있지 않고, 하안검을 거상하는 근육은 확인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4. 포유류인 개나 인간은 levator palpebrae superioris muscle과 Muller’s muscle의 수축으로 상안검을 들어올려 눈을 뜬 상태로 유지한다. 이 근육들을 이완시키면 상안검이 아래로 내려와 안구를 덮게 되고, 잘 발달된 orbicularis oculi의 도움으로 안검이 열리는 정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새의 안검 근육의 해부학을 제대로 확인하기 전에 ‘새는 하안검에 거상근이 있어 하안검을 끌어 올린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새가 하안검을 수의적으로 ‘끌어 내리지 않으면 하안검이 이완’하여 안구 상당 부분을 덮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와 새의 안검 운동에 관여하는 근육들을 알아보다가 부가적으로 깨닫게 된 것으로, 포유류 중 무리 생활을 하는 개나 인간의 경우, 의사 소통의 중요성으로 인해 다양한 얼굴 표정을 짓는 근육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안검을 움직이는 근육 역시 이 중의 일부라는 것이다.

개와 인간에서는 orbicularis oculi가 단순히 눈을 감는 기능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안검 주름의 모양이나 안검 개구 정도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데에도 관여한다. 또한 상안검을 들어 올리는 근육도 2개 내지 3개로, 상안검의 움직임 범위가 더 넓고 다양하다. 네 마리의 회색늑대와 여섯 마리의 개를 비교 절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슬플 때 짓는 표정과 유사한 표정을 짓도록 하는 개의 levator anguli oculi medialis muscle은 늑대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J. Kaminski et al. 2019]. 이는 개의 가축화 과정에서 인간의 선호에 의해 선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 세웠던 가설인 “포유류인 개나 인간에 비해 포식자 위협을 상시 경계해야 하는 새는 시각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눈을 감기보다 뜬 상태로 있기 좋은 해부학적 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역시 다시 서술할 필요가 있다.

  • 눈은 포식자 위협을 상시 경계하고 잠재적인 먹잇감 확보를 위해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감각 기관으로서 기능하였고, 해부학적 구조 역시 그 기능에 맞도록 진화하였다.
  • 무리 생활을 통해 생존 이익을 보는 동물의 경우(적어도 포유류의 개, 인간), 다양한 의사소통을 위해 얼굴 근육이 섬세하게 발달하게 되었고 안검 근육 역시 이에 기여한다.
  • 개체 간 물리적인 충돌이 잦은 개의 경우,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안검이 새에 비해 더 두껍게 발달하였고, 수의적, 불수의적으로 두 안검을 완전히 닫을 수 있는 orbicularis oculi muscle이 발달하였다.
  • 새의 경우, 비행 효율성을 위해 두꺼운 피부나 피하 지방 대신 피부 부속 기관으로 깃털을 가지게 되었고, 근육의 경우에도 비행 근육 위주로 발달하였다. 따라서 개나 인간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표정 근육은 발달하지 않았다.
  • 새의 경우, 두 안검을 닫기 위한 근육보다 하안검을 끌어 당겨 눈을 뜨게 만드는 depressor palpebrae inferioris muscle이 가장 크다. 눈을 뜨고 있을 때 안구를 보호하기 위한 제3안검(nictitans membrane)이 잘 발달되어 있다.

새, 감은 눈, paradise shelduck, closed eyes, lower eyelid, 하안검, 아랫 눈꺼풀
Paradise Shelduck 암컷의 잠자는 모습, 역시 하안검이 눈을 덮고 있다.
gull, nictitans membrane, nictitaing, thrid eyelid, 제3안검
Black-billed Gull, 새는 이렇게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을 주로 보게 된다. 제3안검이 이렇게 투명한 새들이 많다. 눈을 뜨고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각막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제3안검을 커텐처럼 치면(내안각 아랫쪽에서 외안각 윗쪽으로 움직이듯) 안구를 보로한 상태에서 여전히 외부를 관찰할 수 있다.

References

Kaminski J, Waller BM, Diogo R, Hartstone-Rose A, Burrows AM. Evolution of facial muscle anatomy in dogs. Proc Natl Acad Sci U S A. 2019;116(29):14677–14681. doi:10.1073/pnas.1820653116

Jones, M.E.H., Button, D.J., Barrett, P.M. et al. Digital dissection of the head of the rock dove (Columba livia) using contrast-enhanced computed tomography. Zoological Lett 5, 17 (2019). https://doi.org/10.1186/s40851-019-0129-z

Lin LK. Eyelid Anatomy and Function. In Ocular Surface Disease: Cornea, Conjunctiva and Tear Film. Elsevier Inc. 2013. p. 11-15 https://doi.org/10.1016/B978-1-4557-2876-3.00002-X

Kirk N. Gelatt. Essentials of Veterinary Ophthalmology. 3rd Edition. Lippincott Williams & Wilkins; 2000

Konig, Horst E., Korbel, Rudiger, Liebich, Hans-Georg. Avian Anatomy: Textbook and Colour Atlas. 2nd Edition. 5M Publishing Ltd.; 2016

Lehrbuch der Anatomie der Haustiere. Band 5. Anatomie der Vögel. via Google Books

W. Van den Broeck. Histology of Birds. http://www.histology-of-birds.com/galleries.php?id=81&v=2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