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적인 마스크 집착에 대한 집단심리

성체가 되면 완전한 마스크를 장착할 수 있는 Masked Lapwing [Vanellus miles]

국내에서 연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질병명칭 약어는 COVID19/원인 바이러스 약어는 SARS-CoV-2) 확진자 수가 백명 단위로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의 공포감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내질병관리본부, 미국 CDC, WHO 어디에서도 건강취약인(만성질환자, 노약자)이 아닌 무증상자가 특별 장소(의료기관, 밀집지역,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장소, 확진자를 간호하는 공간 등)를 방문하지 않는 이상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유독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는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태국 총리가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나누어 주다가 마스크를 받아가지 않는 유럽인들에 대해 “이 나라에서 쫓아내야”한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는 다음의 요인들이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 알려지지 않은 질환에 대한 공포심
    • 많은 이들에게 “신종”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위력이 상당한 듯 하다.
    • 그러나 바이러스 질환은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오래된 숙제로, 바이러스라는 존재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COVID-19의 원인 바이러스는 2003년에 유행했던 SARS의 원인 바이러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이기에 SARS-CoV-2로 약칭하여 부르고 있다.
    • 단지 이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의 행동 패턴과 역학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질병 발생 초기에 대대적인 역학조사와 자료 축적이 필요한 것이기에 매일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카운팅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숫자가 대중들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위협적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 매년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치사율은 0.1%가 안 되지만 전국적으로 유행하여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망자 수도 상당하다. 국내에서 2009년~2016년까지 인플루엔자 역학자료를 참고할 때, 인플루엔자에 관련된 사망자 수는 국내에서만 매년 약 5,000명이 넘는다. 사망자 수를 생각해보면 인플루엔자도, 교통사고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미 이러한 위험 요인을 귀가 닳도록 들어와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도 체계적으로 하지 않는다.
    • COVID-19에 대해서는 백신이 없기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고 하지만, 변이가 쉬운 RNA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완전할 수 없기에 백신이 있다한들 크게 걱정을 던다고 할 수 없다. 인플루엔자의 경우에도 매년 유행할 strain을 예측하여 백신을 제조하지만, 세균에 대한 백신과 달리 예방율이 높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는 그닥 신경쓰지 않고 살고있다. 인플루엔자에 걱정하지 않고 있으니 COIVD-19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관되지 않은 자세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 COVID-19의 임상적 경과가 어떻다라고 정의할만큼 자료가 누적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백가지 바이러스 질환처럼 지지요법(supportive care) 및/또는 체내 자가면역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며, 폐렴과 같은 중증의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현재 통계에 따르면 치사율은 3%로 다소 높은 편이나, 현재로서는 이 질환으로 인한 치사율을 정의하기에는 이른 편이다.
    • 2020년 02월 24일자로 발표된 논문 자료 업데이트: 중국의 72,314 증례에 대한 요약 자료가 JAMA에 게재되었다. 접수된 72,314 증례 중 44,672 증례(62%)가 RT-PCR로 확진, 16,186 증례(22%)가 임상증상과 바이러스에의 노출로 진단, 10,567 증례(15%)가 임상증상, 바이러스에의 노출, 폐영상진단자료로 진단, 889 증례(1%)가 무증상 확진자(RT-PCR 양성)이었다. 확진 증례(44,672) 중 사망 증례는 1,023(2.3%)이었고, 9세 이하에서는 사망 증례가 없었던 반면 70대에서는 8.0%, 80대 이상에서는 14.8%가 사망하였다. 대부분(81%)은 경증의 임상 경과를 보였고, 14%는 중증, 5%는 심각(critical)한 경과를 보였다. 심각한(critical) 상태의 환자 중 사망한 비율은 49.0%이었다.
    • SARS-CovV-2의 전염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통계 자료를 보면 왠만한 건강한 성인은 혹여 감염된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되는데, 미디어나 인터넷 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마치 COVID-19이 전 세계를 공포에 휘몰아 넣은 질병-X 정도로 치부하는 듯하다. 평상 시에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 한데, 내일 당장 죽어도 후회없이 살고 있다면 이런 전염병이 돈다한들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되지 않나?
  • 마스크에 대한 근거없는 맹신
    • 바이러스도 걸러준다고 알려진 의료용 N95 마스크는 미국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호흡보호구이나 실제로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목적으로 착용하는 마스크가 아니다. Mimivirus(750 nm)처럼 아주 드물게 큰 바이러스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200 nm 이하인데 N95 마스크는 입자 직경 중앙값이 300 nm인 입자들을 최대 95% 걸러주는 마스크이다.
    • N95는 미국 내 마스크 허가시스템에서 부과하는 코드이며 의료기관에서 의료시술 시 사용하는 호흡보호구의 하나이다. N 시리즈(Not resistant to oil) 외에도 기름에 저항성이 있는 R 시리즈(Resistant to oil), 기름 불투과성의 P 시리즈(oil Proof) 등의 마스크가 있다.
    • 미국의 N95와 유사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국내의 KF94의 경우, 입자 직경의 중앙값이 600 nm인 경우 94%의 여과율을 보임을 입증한 제품들이다.
    • N95이던 KF94이던 여과율 테스트에서 사용한 입자의 크기는 다양하므로 입자 직경의 중앙값보다 작은 입자도 걸러졌을 수도 있으나, 더 많은 경우 중앙값보다 큰 입자들 역시 여과율에 포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해당 제품들이 언제나 200 nm 미만의 입자를 걸러주는 기능을 하지 않는다.
    • 최근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SARS-CoV-2의 직경은 60~140 nm로 관찰되었다. 즉, 왠만한 마스크로도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는 없다. 또한 마스크를 완전히 얼굴에 밀착하지 않는 이상 의료용 마스크라도 제 기능이 발휘될 수 없다. 실제 의료진들이 N95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용 전에 fitting test를 거쳐야 한다.
    • 더 중요한 것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될 때 바이러스가 단독으로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감염된 사람의 비말을 통해 전염이 된다. 보통 비말의 무게 때문에 몸 밖으로 배출된 즉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감염된 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하거나 감염된 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는 이상 건강한 자가 열린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이유는 없다.
    • 오히려 건강한 자가 불필요하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스스로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다. 예로, 헬스장에서 누군가의 체액이나 타액이 묻어있을 수 있는 사이클 손잡이, 덤벨, 각종 기구 표면을 실컷 만진 손으로 마스크를 내리고 전화를 받거나, 숨이 답답해서 마스크를 반쯤 내리고 숨을 쉬고 다시 마스크를 고정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니면 쓰고 있던 마스크의 내측과 외측 구분없이 무신경하게 아무 곳에나 던져 두었다가 다시 착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마스크를 일단 착용 후에는 가급적 마스크를 벗지 말아야 하며, 중간에 마스크 위치를 조정하거나 마스크를 벗거나 하는 과정에서는 마스크 내측에 감염원이 직접 묻거다 닿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그런 세부사항은 신경쓰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 즉, 내가 보기에는 마스크 본연의 기능 보다는 마스크가 주는 근거없는 심리적 위안을 위해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굳이 이런 식의 마스크 쓰기라면 인간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으로 자원 낭비만 하는 꼴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 병가를 당연히 낼 수 없도록 하는 기업문화 및 부족한 복지정책
    • 한국을 포함하여 개발도상국가가 많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몸이 바스러지도록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문화가 팽배하다. 그래서 몸이 좋지 않아도 중증이 아닌 이상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다들 가지고 있고, 회사 상사나 동료도 약한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 이런 경우 재택 근무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으나, 여전히 재택 근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도 아픈 자가 외부 공간에 나와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 낮은 시민의식
    • 유증상자인데도 기침예절을 지키지 않거나 밀집지역을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 타인에 대한 신뢰 부족
    • COVID-19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자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증상이 없고 병원체에 노출 가능성이 없었던 자라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감염 위험 장소에 가지 않는 이상).
    • 그런데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그 이면에는 남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본인 보호를 위해서라는 심리가 먼저 작용하는 듯하다.
  • 모두가 비슷하기를 강요하는 집단주의의 정서
    • 개인의 개성보다는 “우리”라는 단어로 묶어 언제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유사한 성향을 보이기를 기대하는 사회적 압력 때문에 적어도 국내, 혹은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전반에서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 내게는 이 점이 숨막히는 지점이다. 지역 감염 위험이 이렇게 높아지기 전부터 거리에는 온통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나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는 듯한 눈빛을 던지는 대중이 무서웠다.
    • 왜 그들은 내가 타인을 신뢰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혹은 내가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고, 증상도 없는 건강한 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에 위협적인 타인이 아니라고 인지하지 않을까? 왜 특정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 근거를 존중해주지 않을까?
    • 혹여 내가 무증상 보균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도 그들이 내 근처에 오지 않는 이상, 그리고 내가 타액을 일부러 어딘가에 바르지 않는 이상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하여 바이러스를 남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은 아주 낮다. 에어로졸로 전파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상, 지역감염이 더 심하게 퍼진다 하더라도 현재 바이러스 전파 방식을 고려하면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는 사람들이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곳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는 열린 공간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당연히 써야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나를 옥죄고 있다. 타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내 의도와 다르게 마스크를 써야하는 것이 짜증나는 상황이다. 그동안은 내 판단에 의해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곳이 아니면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불필요한 장소에서마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는 규칙때문에 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예로, 아파트 단지 내의 헬스장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라는 공지가 내려왔다. 단지 내 헬스장에는 평소에도 이용자가 많지 않아 많아봤자 5-6명이 동시에 운동하며, 각자 거리가 대개 5미터 이상 떨어져 운동할만큼 널직한 상황이다. 헬스장은 1층에 있고 환기가 되고 창문이 열리고,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는데 굳이 마스크를 쓰고 운동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무증상 보균자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마스크를 쓰라고 공지하는 상황이 된다면 차라리 헬스장과 같은 커뮤너티 공간을 잠시 폐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마스크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마스크가 감염 확산에 큰 기여를 한다고 믿는 심리가 과연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의미한 마스크 쓰기를 잠시 실천하다가 아무 곳에나 던져 둔 핸드폰을 얼굴에 대고 통화한 후 오염된 손가락으로 립밤을 꺼내 입술에 바른 후 다시 오염된 손가락으로 마스크를 만지작 거리면서 마스크를 재착용하는 행태를 보면 안타깝다.

불필요한 마스크 소비 때문에 정작 일선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소방관, 분진이 많은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의료인들이 소비해야 하는 마스크 가격까지 치솟고 있는 현상에 대해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인간의 이 생존 본능 때문에 또다시 엄청난 쓰레기들이 소비되고 있는 현상이 새와 자연 애호가의 입장에서 안타깝다.

이 사회는 마스크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믿음을 보이는 것이라고 밖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

COVID-19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잠정적인 오염 부위를 만진 후에 바로바로 손씻기, 점막 주위를 손으로 만지거나 비비지 않기, 감염자나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감염원에 노출되지 않기, 코 파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하기, 호흡기가 마르지 않도록 수분 섭취를 잘 하고 실내 습도 조절하기 정도이다. 제발 이번의 전염병 위기가 이 정도에서 그치고 지나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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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옆에 더미 인형에게 가발과 마스크를 씌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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