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치기어린 민낯


COVID-19 상황 때문에 평소보다 자주 뉴스라인을 확인하게 된다. 평소 한국 언론의 수준 낮은 기사를 정독하지는 않는데, 요 며칠간 각종 SNS에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카피해서 올리는 문구가 눈에 띄어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코로나 확진자 많은 것은 진단능력 높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보의 투명성과 개방성 때문”이라는 문구이었다. 그리고 이는 타임지에서 언급한 것이며, 전 세계가 이를 높이사고 있는 것이라는 논조로 사람들이 자족하는 모습이었다.

우선, 해당 타임지의 기사를 찾아보았다.

타임지의 기사 제목은 “How South Korea’s Coronavirus Outbreak Got so Quickly out of Control“이었다. 제목부터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읽어내려본다. 각종 언론에서 복붙하고 있는 해당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The number of cases in South Korea seems high at least in part because the country has high diagnostic capability, a free press and a democratically accountable system.

Prof. Andray Abrahamian, George Mason University Korea (인천캠퍼스)

이 기사는 타임지의 한 프리랜서 기자가 작성한 기고문일 뿐이고, 많은 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은 한 연구자의 발언일 뿐인데, 감정에 호소하는 기사를 좋아하는 국내 언론은 마치 세계가 인정한 상황인 마냥 기술해 놓은 것이 가관이었다. Andray Abrahamian 교수는 울산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주제는 국제관계이었고, 미얀마와 북한에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North Korea and Myanmar라는 책과 Being in North Korea라는 두 권의 책을 출판한 적이 있다. 그는 북한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제학을 교육하는 비영리단체에서도 일한 이력도 있다. 그의 전공분야와 이력을 감안할 때, 그의 관점은 북한 내지 북한, 중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미디어 통제나 정보공개 면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춘 것이라는 것이다. 감염병 역학 전문가도 아닌 사회과학자가 한 번 언급한 것이 국내 미디어에 회자되고, 정치적인 문구로 이용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런 문구 하나에 자부심을 느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첫째, 기사 제목부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이 COVID-19 확산을 빨리 잡았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이 종료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확산을 잡았다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나? 실은 중국 우한에서 심상치않은 상황이었을 때부터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이에 대한 검역을 더 빨리 실행하고 우한발 여행자는 입국을 차단했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초기 감염 컨트롤은 잘 했으나 신천지 교인들로 인해 이 지경이 되었다고 하지만, 신천지는 우연히 감염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집단일 뿐 초기에 우한으로부터 들어오는 이들을 막았다면 신천지 내 알려지지 않은 지역감염 최초 전파자가 감염될 가능성은 낮추어졌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중국인들이 많은 명동과 인천 등지의 지역감염이 없으니, 중국발 비행기 입국 제한이 의미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말하지만, 이는 현재 상황에 기반해서 역으로 끼워맞춘 해석일 뿐 지역감염은 조만간 어느 도시에서건 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구의 신천지 교인들의 감염은 초기 방역 때 중국발 여행자에 대한 제한조치가 더 빨리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초기 방역이 성공했으니 위기 상황은 끝이라던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조롱거리가 된 것이 바로 감염병 역학의 전문가들에 귀기울이지 않은 정치인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통계치로 보면 저 위에 언급한 타임지의 기사도 무색해졌고, 한국의 확진자 수가 그렇게 높은 게 아니라 진단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언급했던 Andray Abrahamian 교수도 “Well crap. Now, thanks to a cult, it actually is high.(젠장, 이상한 종교집단 덕에 이제 진짜 높은 숫자다.)”라고 언급했다. 방역의 실패, 성공을 현재 진행형인 이 시점에 어느 누구도 판단할 수가 없고, 전문가가 아닌 개개인이 또한 그럴 이유도 없다. 단지 많은 한국인이 이분법적이고 정치적이다.

현재 외무부 장관이 베트남, 중국 등 각 나라들에게 한국인 입국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이러한 처신은 외교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몰라도 단순히 감염병 통제 측면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보일 뿐이다. 전염력이 이 정도로 우세한 감염병에 대해서는 국제관계의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할 일이 아니다.

초기에 중국발 여행자 입국을 막지 못한 데에는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영향을 다각도에서 고려해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당연히 어려운 사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경과를 볼 때, 다른 나라에서 한국발 여행자를 차단하는 것은 각 국가 및 전 세계의 방역을 위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조치이다. COVID-19을 통해 전 세계 리더들이 모여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따르자는 협약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초기 봉쇄 정책을 위해 국가 간 이동을 최소화하는 정책은 오로지 감염병 컨트롤 목적으로 이해되어야 하고 정치적, 경제적 계산을 넣지 않아야 최종적으로는 전세계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임을 전세계인들이 이해해야 한다. 각 산업분야에서 중국이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 미국 FDA가 모니터링한 결과, 약 20개 원료의약품이 중국에서 제조되므로 물량을 확보하라는 공지를 각 제약회사에 보냈다고 한다. 국내도 수출의 11%가 중국 수출이고, 수입의존도 중 중국 수입이 10%가 넘는 분야가 광물(21%), 화학(12%), 컴퓨터 및 전자(16%)라고 한다(2013~2017 통계).

나는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언론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외신의 평가에 신경쓰는 모습이 불편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심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무엇인가 좀 더 좋은 면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일종의 정신적 컴플렉스가 있는 민족처럼 보인다. 조선왕조가 무너지고 일제의 침략을 당하고 한국 내전까지 겪은 후 단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던 어른 세대의 경우, 그들의 노력의 결실이 빛이 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겪은 후 이룬 결실이기에 이에 대해 타인의 인정을 갈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요즘 세대의 한국인들의 경우, 왜 그런 정신적 약점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대주의의 정신이 유전되는 것인가?

요즘과 같은 시기에 가장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해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기사는 이해가 가는데, 굳이 방역의 실패나 성공을 언급하는 기사는 어떤 의도로 게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발언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불필요한 애국심으로 자화자찬하는 구성원보다 맡은 바 할 일을 다하면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구성원이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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