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포르노그래피 중독증

COVID-19으로 인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다. 국내에서는 정보 공개의 일환으로 지역 내 확진자 정보를 아래와 같이 비상문자로 전달하고 있다. 국내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는 정책의 취지는 좋은데(방역이 이루어질 장소에 대한 정보전달, 확진자와 장소 접촉가능성을 파악하게 해서 증상발현 체크 및 검사유도), 개인정보 보호측면에서 과한면도 있다. 어떤 이들은 특정인의 동선을 다수가 보는 인터넷 카페에 올려 이 환자는 왜 이런 증상이 있는데 이렇게 돌아다녔냐하며 타인의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마구 비난을 가한다. 단순히 지인들과 수다떨며 한 마디 할만한 소재를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가져와서 불특정 다수와 함께 헐뜯고 있다.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일종의 집단 포르노그래피 중독증을 보는 것만 같다.



특히 지자체에서 보내주는 경보 메세지에 언제나 특이사항으로 신천지교인임을 명기하는데, 이러한 관행은 국내이기에 허용되고 묵인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은 살인죄로 기소 당해도 당연하다고 이미 전국민이 단죄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종교는 사적정보인데 공적정보로 공개되고 일부 많은 이들이 특정 확진자를 온라인공간에서 헐뜯고있는 모습은 기형적이다. 특히 코로나사태=신천지잘못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여론은 불편하다. 환자31이 우연히 신천지교인이었고 그들이 가득 모여 예배를 했기에 바이러스가 많은 이에게 전파되기에 최적조건이었을뿐 그 누구라도 당시에는 환자31이 될 수 있었고, 환자31처럼 집단활동에 참여했다면 지역감염이 그렇게 퍼질 수도 있었을 뿐이다.

질병을 자연 현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질병에 걸린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나약한 정신력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병이 든 자를 본인의 생존에 위해를 가하는 잠정적 위험으로 취급하는 것이 겉으로는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본인의 비이성적인 정신적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천지의 교리나 그들의 행동이 비이성적이라고는 생각하나(무신론자로서 유일신을 강조하는 모든 종교교리가 내게는 정신적 폭력으로 다가옴), 다양성과 개인의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옳은 종교와 틀린 종교를 구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틀리고 맞음이 분명하길 원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자가 다수인 사회에서(그리고 모든 이슈를 정치프레임으로 해석하는 이 숨막히는 사회에서) 특정 집단이 현재 마녀사냥 당하듯 취급되는 것을 보면,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시간이 걸리겠구나 생각된다. 장점도 많은 인터넷이지만, 한편으론 인간의 공격성과 집단린치를 정당화해주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흑백론자들은 내가 신천지 교인이라고 의심하겠지. 하하하!

신천지교인을 별도 클러스터로 관리하고자 한다면 해당 교인들의 정보를 주관부서에서만 별도로 관리하고 굳이 해당지역민들에게 모두 공개하지 않아도 됬을법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송건을 매의눈으로 서치하는 미국변호사들에게는 이는 100% 소송감일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 폴란드에서는 현재 확진자 1명에 대한 지자체 방역수장의 발표로 인해 시끄럽다. 엘튼존의 패션 감각에 맞서는 패션으로 등장한 방역수장이 환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코로나예방 관련 지침도 재미있게 제시한다. “감염증상있는 이에게 키스하지 마라, 특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라는 대목에서 웃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케이스가 애초에 급증한 이유 중 하나가 키스인사 방식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아,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브리핑 후 현재 이 방역수장은 직위해제 위기를 겪고 있는데, 이유는 브리핑 시 환자에 대해 지나친 사생활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환자부인이 어떻게 환자에게 노출되지 않을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하게 그들의 혼인상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는 지나친 개인정보 노출이었으나, 내게 흥미로웠던 점은 국내에서라면 이 정도의 정보 공개로 문제삼기 보다 방역수장의 패션감각이 직위해제 이유로 거론되었을 거라고 예상되었던 점이다. 오히려 이 방역수장은 젊은이들에게서 유투브 채널을 개설해달라, 올해의 인물이다, 안경은 어디 것인가요?라는 등의 질문과 성원을 받고 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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