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구조 센터

딱새, daurian redstart
Daurian Redstart [Phoenicurus auroreus], 딱새 암컷

코로나 사태로 집 근처 바닷가에 나가본 지도 거의 두 달은 넘은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오후에 간만에 약 2시간이 걸리는 산책을 시도해 보았다. 봄이 왔다고 하나 여전히 포항 바닷가는 바람이 많이 불어 미약한 햇살의 온기는 내 뺨에 닿기도 전에 매서운 바람에 휙 날아가 버렸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에 바닷가에 도착했더니 절벽그늘 아래에서는 사진을 위한 빛 여건도 좋지 않았다.

언제나 근처를 배회하는 갈매기 외에 왜가리, 알락오리, 뿔논병아리, 청둥오리를 만났고 그 외에 눈에 많이 띄었던 새는 바다비오리 무리였다. 이들은 내가 걷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Red-breasted Merganser, 바다비오리, Mergus serrator
Red-breasted Merganser, 바다비오리 [Mergus serrator]
물 속으로 잠수를 하거나 스노클링하듯 머리를 물에 박은 채로 먹이를 낚기도 한다.
Red-breasted Merganser, 바다비오리, Mergus serrator
바다비오리들의 비상
Red-breasted Merganser, 바다비오리, Mergus serrator
바다디오리들의 수상 착륙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비오리 암컷으로 보이는 한 개체가 바다 가운데 드러난 바위 위에 엎드려 쉬고 있었다. 날개를 펴고 누워 있는 모습이 약간 이상했지만, 그저 날개를 말리는 중인가 싶었다. 몇 컷을 찍고 별다른 생각 없이 계속 바다비오리 무리를 따라 걸어왔다.

Red-breasted Merganser, 바다비오리, Mergus serrator

Red-breasted Merganser, 바다비오리, Mergus serrator
Red-breasted Merganser, 바다비오리, Mergus serrator

나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바로 확인하지 않는다. 자연이 있는 외부에 나갈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외부에서는 가능한 현재 상황에 집중하려고 한다. 혹시라도 찍은 사진을 검토하는 중에 재미있는 장면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외에서는 카메라 LCD 화면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옮겨와서 확대해 보는 중에 “아, 젠장!” 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혼자서 쉬고있던 바다비오리 사진을 확대해 보니 이 오리는 자발적으로 쉬고 있던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없어 바위 위에서 망연자실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한쪽 날개가 비정상적으로 내려가 있고, 크롭해서 보니 낚시 추가 날개 안쪽에 보이고 날개 밖으로 낚싯줄이 보였다. 잠수했다가 바다에 함부로 내버려진 낚싯줄에 날개가 휘감긴 것으로 추정되었다. 불쌍한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가 사진을 확인한 시점이 밤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는데 아마 그 순간에도 이 불쌍한 생명체는 바위 위에 하염없이 엎드려 있거나 그 사이 물로 들어가 어떻게라도 먹이활동을 해 보려고 노력했다가 말을 듣지 않는 날개 때문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어딘가에서 다시 쉬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내가 경험이 더 많았다면 이렇게 날개를 뻗고 있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알아냈을 것이나,
순진하게도 날래를 말리고 있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새가 곤경에 처한 것임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곳엔 구조요청을 할 기관도 없고 내가 배가있는 어부가 아닌 한 이 새에게 다가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현재 포항에는 야생동물구조를 하는 민간단체는 없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해봤자 사체처리 수준으로 일하고 있다(복지환경위생과가 담당). 지난 번에도 낚싯줄에 감긴 갈매기사체를 신고하면서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도 낚싯줄에 의한 야생동물 사망을 언급하며 어촌마을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라고 민원을 넣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바다비오리의 경우, 내가 다음 날 아침 일찍 배를 빌려타고 나가서 이 새에게 접근을 해서 낚싯줄을 끊어주지 않는 이상 구조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 상태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하룻 밤을 이렇게 보내면 먹이활동을 못해 결국 다음날 갈매기들의 배로 들어가게 될 것 같았다. 젠장 기분이 더러웠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던 그 순간에 이 오리는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며 혹시 내가 어떻게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을까? 당시 상황도 모르고 바다비오리를 발견한 기쁨에 사진만 찍고있던 내 모습이 바보같아 자책감이 들었다.

인터넷에 회자되는 감동적인 구조영상처럼 구해주지 못해 메스꺼울 정도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운 생명체가 이런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데, 자연을 사랑하는 자로서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역겨움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적극적인 행동주의자였다면 아마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적어도 이 새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지 우선 확인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배를 빌려(방법을 찾으려면 있지 않을까) 접근해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당장 오늘 해야할 일을 생각해보면 오직 이 새를 위해 시간을 투자할 적극적인 투지가 생기지가 않았다. 이 새는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갈매기들의 밥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내 편의를 위한 결론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나의 머릿 속 한켠에서는 내 양심에 거슬리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기전이 바삐 움직였다.

‘아무리 내일 일찍 가 봐도 이 새가 그 자리에 보이지 않을 확률 또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그 자리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겠지. 혹여 그 자리에서 여전히 살아있다 하더라도 어부를 고용하고 배를 빌려 새에게 접근을 한다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이 새를 포획할 확률이 높지 않겠지. 성공적으로 포획하여 낚싯줄을 제거한다 하더라도 탈진 상태가 너무 오래되었다면 최소한 수액 처치라도 해 주고 하루 정도는 보살핌이 필요한데, 야생동물을 개인이 다룬다는 것은 공중보건학적으로도 올바른 일은 아니지. 이 지역에서 이런 야생동물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도 없고, 전문 기관도 없어. 게다가 이 종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물도 아니고 멸종위기종도 아니기에 어디에 신고해봤자 구조활동은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주말이니, 관할 지자체에 연락을 하기 전에 이 개체는 생태계로 환원될 것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사진을 비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을 어디에도 알리지 않으면 비운의 새를 구해주지 못한 죄책감 역시 나 혼자만의 비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씁쓸한 느낌이 커졌다. 또한 이는 나 혼자만의 죄책감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부분은 이 새를 구하지 못했다는 감정적인 사유가 아니라, 야생동물 구조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이렇게 부족한데 그간 책임있는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포스트를 작성했다. 비운의 새 사진을 나만의 비밀로 가지고있기보다, 나와 그리고 관심있는 자들이 무언가 결실있는 행동을 하도록 영향을 주기 위해 온라인에 이렇게 전시하기로 했다.

우선, 주변에 낚시하는 이가있으면 제발 바다로 쓰레기좀 흘려보내지말라고 귀가 닳도록 잔소리해주길 바란다. 무심히 내다버린, 끊어버린 낚싯줄이 이런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 불쌍한 바다비오리의 사진을 올린다.


적어도 나는 이 포스트를 통해 구조가 필요한 야생동물을 발견 시 연락가능한 부서 정보라도 공유하고자 한다. 많은 이들이 이와 유사한 상황을 보아도 아마 어디에 연락할지 몰라 그저 안 됬구나하며 지나칠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해당 부서 역시 이런 민원을 많이 받지 않아서 제대로 된 구조 활동에 대한 매뉴얼도, 인력도 여건도 갖추지 않은 듯 하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런 신고를 하면 관할 기관에서도 필요성을 느끼고 더 구색을 갖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야생동물 구조센터 (2020년 01월 기준)

  • 서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02-880-8659)
  • 부산: 낙동강 에코센터 (051-209-2091)
  • 대전: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042-821-7930)
  • 울산: 울산대공원 (052-256-5322)
  • 경기: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031-8008-6212)
  • 강원: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033-250-7504)
  • 충북: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043-216-3328)
  • 충남: 공주대학교 산학협력단 (041-334-1666)
  • 전북: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063-850-0983)
  • 전남: 순천시 환경보호과 (061-749-4800), 국립공원공단 야생동물의료센터 (061-783-9585)
  • 경북: 경상북도 산림자원개발원 (054-840-8250)
  • 경남: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055-754-9575)
  • 제주: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064-752-9982)
  • 인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032-858-9702)
  • 광주: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062-613-6651)

포항시처럼 더 작은 자치단체에서는 경상북도에서 운영 중인 구조센터에서 지정한 부서로 연락해야 한다. 경상북도에서는 산림자원개발원 내 야생동물센터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이 산림자원개발원 홈페이지에서 시, 군 단위에서 야생동물구조 담당부서는 다음의 링크에서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포항시의 경우, 복지환경위생과(북구: 054-240-7162, 남구: 054-270-6167)에 연락해야 한다.

경상북도 내 시·군 야생동물구조 담당부서 링크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