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가치를 쫓는 사람들

창밖 풍경, view through the window, corona, COVID-19, stuck at home

나는 최근에 우연히 보게 된 올림픽 웨이트리프팅 경기를 본 후 갑자기 이 스포츠 종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 Youtube 검색을 하던 중, Crossfit, gymnastic ring, calisthenics 와 관련된 영상들을 더 많이 시청하게 되었고, 웨이트리프팅 기본기 레슨 시리즈(by Dmitry Klokov)의 영상 내용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또한 헬스장에서는 혼자서 웨이트리프팅 훈련을 단계적으로 하는 등 점점 이 웨이트리프팅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웨이트리프팅 경기 중에 해설자들이 Beautiful!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 순간 나도 이제는 100% 감정이입하며 동감할 수 있게 되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무게를 인간의 작은 몸으로 받쳐 들어내는 그 순간, 인간의 한계를 부수며 일어서는 선수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장미란님이나 올가 코롭카(물론, 이 분은 doping으로 메달을 박탈당하는 불명예로 마감하였지만!), Lü Xiaojun, Shi Zhiyong 이런 분들이 내게는 아름답게 비춰진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다수의 인간들은 아름다움이라는 정의를 오로지 상업 미디어에서 정의한 아름다움의 기준만을 들이대며, 이런 대단한 선수들을 보고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이들의 뇌는 정말이지 쓰레기 처리장 보다 더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

그런 부류의 사람을 만난 일례로, 내가 헬스장에서 웨이트리프팅 연습하는 것을 보고 한 헬스장 회원이 “여성스럽지 않다”라고 하였다. 그 사람이 그러한 이유로 내 행동을 강제적으로 제지했다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뭔가 직접적인 대응을 해서 성역할 프레임을 박살낼 기회를 가졌을텐데, 그 사람은 본인의 의견을 표명하였을뿐이기에 나도 내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앙금이 남았다.

왜냐하면 그 짧은 대화가 내 평생 싸워오던 gender frame을 상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상대가 남성이었으면 독침의 한 마디를 던졌겠지만 젠더프레임에 갇힌 여성이라 벽에 계란던지기같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다들 마스크를 끼고 있었기에 심도있는 대화를 하기는 힘들었다.

나는 젠더프레임이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칠 땐 그 자리에서 바로 “박살”내고 따르지 않았기에 자유롭게 살아온 편인데, 타인의 생각은 “박살”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에 정말 답답했다. 내 스스로는 자유롭게 살아왔다 평가하지만 “박살”이라는 단어를 계속 쓰는 것으로 보아, 현실은 여전히 전사의 자세를 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해당 회원은 한참 전부터 유행해 오던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후로 그 회원과 나의 철학은 완전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회원이 쏟아내는 대화 주제는 오로지 살 빼기(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기름진 통닭을 먹은 이야기=게다가 나는 육식을 거의 하지 않는데!), 사진에서 잘 보이기, 썬탠 기계, 썬탠 크림, 옷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녀의 워크아웃 프로그램은 오로지 가식적인 사진(어차피 조명, 메이크업, 포토샵 등으로 보정을 거치는 사진은 내가 추구하는 사진관과도 맞지 않았다)에서 어떻게 보이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운동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 공통의 주제가 없었기에 거리를 두고자 했다.

그런데 그녀는 최근에 바디프로필을 찍고 와서 내게 자꾸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본인의 기록을 위해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야 본인의 자유이고, 또한 본인의 SNS에 게시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사항이므로 거기에 대해서 나는 그 특정인에게 별다른 반감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다가 친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 전문 보디빌더의 사진도 아니고, 헬스장 홍보를 위해 찍은 사진도 아닌 그저 개인적인 사진(게다가 속옷을 주로 입고 찍는 사진)을 왜 남에게 들이대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더러 불쾌하기까지 하다. 탈의실에서 다른 이들의 벗은 모습을 보면 불편한 마음에 애써 안 보려 하는 심리인데, 본인의 사적인(그리고 여러모로 역겨운 취향을 드러내는) 사진을 보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 같다.

요즘의 헬스장은 commercial media에 의해 부풀려진 특정 몸매를 갖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 Health와는 상관 없이 The body를 갖고자 하는 열망, 자본주의미디어에 의해 세뇌당한 인간의 뇌는 상품화된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데에 더 나아가 본인도 상품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만들어 내었다.

그런 욕망을 읽어내어 바디프로필을 찍는 스튜디오사업도 번창하고 헬스장 공간은 그런 욕망의 공간이 되었다. 그들의 부풀려진 헛된 욕망은 그들만의 Hell’s circle을 만들어 health를 위해 와야하는 허약체질, 노인, 비만인들이 발을 디디기 힘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육체적한계에 대한 도전, 스포츠정신의 구현, 자기단련 이런 목적이 아니라 그저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위해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엄청난 고기와 수십개의 계란을 소비하고 불필요하게 얻은 지방을 연소하기 위해 다시 러닝머신에서 뛰며 전기를 소비하는 자본주의 욕망소비의 끝판왕인 인간들에게 실망감이 크다. 나는 그런 그들의 욕망에 동참하지 않는다. 그런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나, 그런 이들과 친분을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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