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화국 실감 중 2-Xenophobia


서울에서 20년 살다가 포항으로 이사온 지 4년 째…

야만적인 지방 도시의 문화적 결핍으로 인한 나의 고충은 1편에 기록해 두었다.

서울과의 격차를 심하게 느끼는 또 다른 한 면은 다름(difference) 또는 낯섦(unfamiliarity) 내지 특이함(pecularity)에 대한 정서적 수용이 부족하고 기본예의가 없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물론 기본예의를 갖춘 사람들이 분명 있고, 그런 이들은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 우리에게도 인사하고 우리도 그들에게 늘상 하듯이 인사한다. 여기서 예를 드는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아이+어른)과 마주친 이야기들이다).

가장 흔히, 거의 매일 경험하는 것은 남편과 같이 돌아다닐 때이다.

남편은 유럽인이기 때문에 외모가 한국인과 다르다. 그러나 다르게 생긴 외모로 끊임없이 고충을 겪는다.

“야, 외국인이다!”,

“와, 외국인이다!”, “외국인, 외국인!”

“미국인이다, 미국인과 한국인이 같이 걸어간다! 외국인, 외국인, 외국인!!!”

(백인=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분류법도 유치하고, 평균 포항시민들의 인식수준을 보여준다.)

이런 외침을 면전에서, 길거리에서, 엘리베이터에서, 식당에서, 헬스장에서 장소에 상관 없이 잊을만할 여유도 없이 계속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아이들이 더 많이 하긴 하지만, 다 큰 성인인 경우에도 “외국인! 외국인이다.”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원시적인 반응 외에 무례하게 빤히 쳐다보거나 손가락질을 하며 “외국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체 요즘과 같이 국제화된 시대에(심지어 포항의 모토 중 하나가 “글로벌 포항”임) 아직도 아이들이 외국인을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마치 전시된 인형이나 신기한 동물을 바라보듯 바라본다는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그런다고 생각해주기 힘들다. 어린 아이들이 한국인 성인을 향해 인사는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거나, 손가락질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무례한 행동이라고 바로 부모에게 교정을 받게 되지 않나? 그런데 대부분 아이가 이런 행동을 부모 앞에서 해도 부모는 그냥 방관한다. 즉, 부모 자체가 아이들에게 기본 예절을 가르치지 않았거나, 외국인을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 “외국인”이라는 이상한 존재로 각인시킨 결과이다. 부모들 스스로 가정에서 은연 중에 나와 다른 누군가를 편가르기하는 가르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면 기분이 정말 좋지 않다. 이런 행동들은 나와 다름에 대한 포용없이 이질감을 원시적으로 표출하는 것이고, 상대를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인 것이다. 이런 행동이 교정되지 않으면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또다시 외국인에게 무례하고 차별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때묻지 않았을 아이들이 벌써부터 사람을 피부색으로 분류하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소리치며 경계를 나누는 행동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외국어 공부는 죽어라 하고 있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 외국어는 나와 다른 누군가와 인간적 관계를 맺기 위한 “수단”일뿐이고,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먼저 전제가 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교육 과정에 차별금지에 대한 커리큘럼이 없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집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에도 외국인에게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한다고 별도의 교육을 해 주어야 한다. 사람을 향해 인사하는 대신 소리를 지르거나, 손가락질을 하거나, 빤히 쳐다보거나 하는 행동은 무례한 행동임을 콕 짚어서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외국인은 희한한 존재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라고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엔 정말 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고, 너도 그 다양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라고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어쩌다가 여행 와서 잠깐 있다 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만난 인연으로 나와 함께 살기 위해 한국을 본인의 나라로 선택하고 세금도 내며 그저 평범한 국민의 일원으로 살고자 하는데, 현지인인 한국인들이 남편의 정서적 안착을 심하게 방해하고 있다.

간혹 택시 기사 중에, 남편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도 일부러 아무런 대답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무례하다. 이것은 대놓고 외국인이 싫다는 표현이다. 흔히 한국인들은 racism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피해자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본인이 가해자의 태도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흔히 경험하였다. 혹은 동남아시아 이주민들에 대해 비인간적 대우를 하는 일부 한국인만이 인종차별주의적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인종차별주의의 저변엔 나와 다름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배척감이 깔려있고, 이러한 xenophobia를 은연 중에 발산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것이 더 명백한 행동으로 표출되면 그제서야 인종차별주의로 인식한다. 그런데 xenophobia가 이유가 되어 나타내는 모든 행동들이 일종의 인종차별주의적 행동이다. 일명 passive racism인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울렁증을 핑계로 들어 외국인을 회피하는 행동도 일종의 racism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예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남편이 신용카드를 내고 계산을 했는데 남편은 완전 무시하고 신용카드를 내게 돌려주거나, 영수증 필요하냐는 질문도 내게 하는 행동들도 면전에 있는 외국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인데, 본인의 영어울렁증을 외국인이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유치한 태도를 보인다. 진정 열린 마음이 있는 자라면 언어장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짓, 발짓을 해서라도 통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기본적인 소통이 되는데, 본인의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바로 앞의 인간을 깡그리 무시하고 본인의 체면만 구기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내가 관찰한 바로는 영어 울렁증을 핑계로 외국인을 기피한 한국인들은 100% 자기애가 강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었다. 타인과 소통하려는 의지보다 남에게 본인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내보이기 싫어서 눈 앞의 타인을 차라리 무시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인간들이다. 주변에 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였는데, 이들은 다들 대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았고 미국에서 유학한 인간들도 많았고, 석박사의 학위를 가지고 있었고, 소위 SKY 졸업자들이었는데도 이런 모습들을 보였다. 지금 이런 행동으로 남편을 열받게 했던 인간들과는 일부러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세계 각국에서 만난 수 많은 외국인들은 내가 합석한 이상 그들만의 언어로 말하는 경우가 없었고, 부득이하게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내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짧게 대화를 나누고 다시 공통의 언어인 영어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이 “영어 울렁증”이라는 핑계가 곳곳에서 양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이다. 물론 세계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racism을 표출하는 인간들이 많이 있고, 나도 호텔 프론트에서, 상점 등에서 종종 경험했으나 인간적으로 밀접하게 접촉한 외국인들은 다행히 내가 운이 좋아서 그런지 한국인들이 남편에게 보인 그런 은밀한 racism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유치한 것은 모든 백인이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인이 아닌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남편만 보면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과 티비에서도 수 많은 나라를 보여주고, 영어도 어린 나이때부터 배우는데 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백인이면 당연히 다 미국인이라고 생각할까? 한국인이 해외에서 “곤니찌와”라고 인사를 받거나 “중국인이다! 중국인, 중국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 나빠하는 것처럼 남편도 상대가 묻지도 않고 당연히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국내인들의 단순한 분류법에 섭섭함을 느낀다.

위에서 열거한 무례하고, 유치하고, 단순하고, 답답하고, xenophobia를 표출하는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나 성인을 만난 경험은 포항으로 이사오고 난 후 급증하였다. 그나마 서울에는 수 많은 외국인이 섞여 살고 있어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손가락질을 당하며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한국인과 걸어간다!”라는 어이없는 외침을 들은 경험은 한 번 밖에 없었지만, 이 지방 도시에서는 잊을 만할 여유도 없이 자주 들어야 한다. 그나마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카페에 글을 한 번 올린 이후로 조금 덜해진 듯하다. 즉, 부모가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행동 교정을 해 주면 교정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인을 외국인으로 부르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는 유독 사람을 개별적 존재로 인지하지 않고, 특정 계층으로 분류한 후 대표성을 지닌 일반명(선생님, 학생, 어르신, 사장님, 부장님 등)으로 부르는 언어적 습관을 지닌 한국인들에겐 자연스러운 행동인지는 몰라도 고유성을 지닌 개별적 존재로 인지되길 원하는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배척당하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국인들의 이런 언어 습관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를 면전에 두고 외국인!이라고 외쳐대는 행동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해외에서 누군가가 내게 Foreigner 또는 Asian!/Chinese!/Japanese!/Korean! 이런 식으로 불림을 당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를 상상만 해도 불쾌하다. 글로벌 포항 답게 조만간 시민 의식도 글로벌 수준에 맞게 변화하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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