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지낼 땐 각종 문화적, 사회적 제반 시설의 편의성과 풍족함이 대한민국의 표준인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아니, 지방 도시에서는 이와 동일한 혜택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인구가 부족하고, 경제의 규모도 작으니 이런 차이는 당연히 예상했어야 했나?
서울에서 오랫동안 지내다가 인구 50만의 작지만은 않은 도시, 포항에서 4년 간 지내면서 겪은 고충은 1편(링크)과 2편(링크)에 남겨두었다.
아파트 헬스장이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아 동네 근처 헬스장을 등록했다. 골목 곳곳에 체인 헬스장이 들어서 있는 서울과 달리 포항 시내에 어느 정도 시설을 갖춘 헬스장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문제의 헬스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만 다니게 되었다.
- 헬스장 비매너 회원은 방치하면서 열심히 운동하는 우리에게 데드리프트를 하지 말라고 함
등록 첫 날부터 정말 시끄럽게 잡담을 나누는 남녀 회원 한 쌍이 있었다. 웨이트존에서 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개인 일상사부터 지인에 대한 뒷담화 등 밑도 끝도 없이 운동하는 시간 내내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치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커플에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첫 날부터 저들과는 가까이 지내지 않기로 하였다. 6개월을 다니면서 이들은 거의 매일 헬스장을 오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둘은 운동하는 내내 다른 회원이 옆에 있건 말건 죽도시장에서 대게를 사가라고 홍보하는 가게 사장님이 소리치는 수준의 데시벨로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 우리는 그들이 사귀는 커플인가 생각하다가, 커플은 아닌 것 같고 그럼 형제자매인가 생각했을 정도로 대화 주제가 끊임이 없었다. 게다가 여성 회원은 별로 힘든 운동도 아닌데 침대에서 성행위 절정에 이르렀을 때 내지를 법한 신음 소리를 끊임없이 내며 운동을 해서 우리끼리는 그녀를 orgasmic lady라고 불렀다. 이들은 한 자리 건너 양 옆 기구를 사용하면서도 타인이 그 가운데 기구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 타인을 가운데 둔 상태로 서로 고함을 지르며 대화를 하는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만큼 시끄러웠다. 그러나 이 정도로 예의와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정중하게 부탁을 해도 이런 행동은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하여, 남편은 급기야 소음차단 헤드셋을 끼고 운동을 하였다.
그런데 이 매너 없고 시끄러운 커플은 헬스장 주인 부부와 친한 사이였다. 그래서 그들은 마치 자기들만의 운동장에서 안하무인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소음은 방치하면서, 남편이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는데 시끄럽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크로스핏터들이 하는 것처럼 바벨을 허리 높이에서부터 던지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데드리프트를 하며 마지막에 플레이트가 땅에 닿으며 약간 철소리가 나는 것인데, 그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해당 헬스장은 상가건물 가운데 있는 헬스장이 아니라 1층에 위치해 있어서 데드리프트가 문제가 될 수 없는 헬스장이다). 우리가 느끼기엔 매너없는 그 커플의 소음은 두 시간 내내 지속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데, 건강한 헬스장 소리인 데드리프트 소리가 시끄럽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헬스장 관장이 운동을 전공했다는데 그의 스포츠 정신은 그의 불어난 살과 함께 어딘가로 녹아서 증발해 버린 듯 했다(아니면 애초에 스포츠 정신 따위는 그에게 존재한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남편은 그동안 언제나 별도의 나무 플랫폼이 있는 렉에서 언제나 데드리프트를 했으나 그 날 따라 그 플랫폼을 누군가가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어서 몇 세트 정도는 그냥 다른 렉에서 해도 될 것이라 판단했고, 그 날 다른 회원도 거의 없다시피 비어있는 헬스장이었는데 그 소리를 잠시 동안이라도 못 참는다는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헬스장이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잡담을 나누는 곳이라서 시끄럽게 히히덕 거리며 술에 취한 자들이나 내지를 법한 고성으로 대화하는 소리는 괜찮고, 어쩌다 나는 정상적인 쇳소리가 거슬린단 말인가? 게다가 코로나 시대에 닫힌 공간에서 불필요한 대화는 알 수 없는 잠정적 감염자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 그런 행동이 어떻게 장기적으로 용납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게다가 웨이트존에서 너무 긴 시간 동안 잡담하는 것은 비매너이다라고 헬스장 관장의 부인(매니저)에게 이미 며칠 전에 건의를 했고, 다른 매니저에게도 언지를 했고 자칭 매니저라고 한 그가 상황을 알고 있다고 했고, 이를 헬스장 관장에게 전달을 하겠다고 했음에도 시정되지 않았다. 우리가 그렇게 시끄러운 대화는 비매너가 아닌가라고 질문하였을 때, 헬스장 관장도 “그렇다. 그건 비매너죠.”라고 했으나, 그 시끄러운 커플이 그들과 친분이 있어 그냥 방치하는 것인가?
결정적으로 ‘데드리프트 금지’ 내지 ‘플랫폼 이외 렉에서 데드리프트 금지’ 등 어떤 규칙도 사전에 공지된 바도, 우리에게 안내해 준 적도 없었다. 헬스장 관장이 조금만 더 지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플랫폼에서만 데드리프트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제안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냥 다짜고짜 없이 운동 중에 갑자기 하지 말라니 어이가 없는 반응이었다. 우리가 등록했을 때 시설이 어떠한지, 화장실이 어디인지, 헬스장 규칙이 어떠한지 등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그냥 신용카드로 등록 후 우리끼리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등록을 접수했던 사람은 헬스장 관장의 부인(매니저)이었는데, 그녀는 우리가 외국인 커플이라서 더 상세히 안내하기 보다 회피하기 바빴던 것 같다. 왜냐하면 6개월 간 관찰한 결과, 새로 등록한 회원은 우리 외엔 모두 한국인이었는데 언제나 새 회원에겐 1, 2층 등을 데리고 다니면 시설 투어를 하고 안내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6개월을 다니며 거의 마지막에 화장실을 딱 한 번 가게 되었는데, 도대체 여성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2층 전체를 헤매야 했다. 모든 회원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헬스장 관장과 매니저는 우리에게 불공정한 처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잘못을 모르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 마스크 규칙을 매니저와 관장부터 어기면서 남편에게만 마스크 규칙을 강조함
코로나로 인해 헬스장 등록 첫 날부터 우리는 매일 KF94만 사용하였고, 언제나 완벽하게 착용하려고 하였다. 거의 대부분 코까지 완전히 덮고 운동하였으나, 남편은 턱수염이 있고 얼굴이 동양인과 달리 가로로 넓지 않아 마스크가 자꾸 흘러내렸다. 그러나 코나 입이 드러나는 순간은 잠시 뿐이었고 각 세트를 완료할 때마다 언제나 다시 끌어올렸다. 그런데 관장, 관장의 부인인 매니저, 다른 매니저들 모두 6개월 내내 코를 내놓고 끼고 있었고, 그들은 덴탈마스크, 망사마스크 등 부적절한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개인레슨을 받는 회원들도 끊임없이 코나 턱을 내놓고 있었는데 제대로 끼라고 교정받지도 않았고(왜냐면 코칭해 주는 헬스장 관장부터 코를 내놓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 외 모든 멤버들이 마스크를 끼는 흉내만 내고 있었다. 또한 그룹레슨인 에어로빅이나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면 해당 멤버들이 모여 앉아 마스크 없이 긴 잡담을 나누고, 함께 케잌도 먹는 등 사실 마스크 규칙은 형식상으로만 따르고 있는 공간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운동을 하는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거나 케잌을 나눠 먹는 등의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생각되었으나, 인간적으로 이런 것 까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 예민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것들에 대해 불평을 표한 적이 없었다. 또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다보면 마스크가 벗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마스크를 제대로 끼지 않는 타인에 대해서도 다 이해하고 아무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헬스장 관장의 부인에게 개인레슨(PT)을 받는 새로 온 회원이 왔고, 관장의 부인은 넓은 공간을 두고 유독 열심히 운동하는 남편 바로 옆에 그 회원을 앉히고 운동을 시켰다. 그런데 운동이 끝나고 그 새로운 회원이 남편이 마스크를 제대로 끼지 않는 것 같다고 불평하였다고 한다. 게다가 그 새로운 회원은 면역계 질환이 있어서 더욱 걱정이 된다는 첨언까지 하였다. 이 메세지는 모두 관장의 부인이 전달하였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으로 “사실 관장부터 시작해서 매니저인 그대, 또 다른 모든 매니저, 모든 회원들이 코를 내놓고 끼고 있지 않냐? 왜 유독 남편이 갑자기 타겟이 되어야 하나?”라고 질문했는데 답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질문으로 “면역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무증상 감염자일 확률이 더 높은 것을 알고 있느냐? 그렇다면 왜 그 넓은 공간을 다 두고 남편이 운동하고 있는 바로 옆으로 데려와서 운동을 시켰느냐? 적어도 2m 거리두기 규칙을 지켰어야 하지 않았냐?” 역시 답을 못 하였다.
세 번째 질문으로 “코로나가 걱정이 된다면 권장되는 kf94 이상 등급의 마스크를 껴야 하는데 그대들은 덴탈마스트를 끼고 있고, 그대들부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도 안 하고 있고(이 역시 인정하였다), 운동 외에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대들부터 PT 회원들과 잡담하고, 웨이트존에서 시끄럽게 고함을 지르며 대화하는 회원들을 방치하지 않는가? 우리가 이런 모든 것에 대해 불평불만을 표한 적이 있는가? 왜 우리는 다른 모든 비매너 회원을 포함해서 매니저 그대들의 잘못된 행동도 그러려니 감수하고 지냈는데, 왜 유독 우리가 갑자기 표적이 되어야 하는가?” 역시 답을 못하였다.
우리는 이것이 racism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였고, 그렇지 않으려면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한다고 했으나 그들은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대처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에도 답이 없었고, 결국 우리는 여차저차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많은 헬스장이었기에 그만 다니기로 하였다.
그들은 우리가 환불을 요구하자 별달리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바로 환불 처리를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이성적으로 대화하여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문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단순함에 허탈감을 느꼈다. 이런 사람들이 포항을 대표하고 포항의 스포츠 정신 함양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사실이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