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BBC를 틀었더니 City in the Sky라는 프로그램에서 세계에서 가장 착륙하기 까다로운 공항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1위가 바로 며칠 후 도착할 파로Paro 국제공항이라고 하질 않는가!

보통 비행기 착륙 시에는 다양한 자동항법 장치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파로 공항의 경우에는 좁고 구불구불한 협곡으로 그러한 장치를 사용할 수 없어 공항에 레이더 장비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100% 수동조작으로 착륙을 해야 하기에, 몇 명의 허가된 기장들만이 착륙을 할 수 있고 시야가 확보되는 시간대(일출~일몰 사이)와 기후 상황에서만 착륙이 허가된다고 한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착륙 런웨이가 시야에 나타나기 까지 지상에서 몇 백 피트 높이에서 좁은 협곡을 따라 대략 5분 이상 수동비행하다가

마지막 턴을 돌자마자 런웨이가 나타나는데 이때 정확히 지상 100피트 높이에 런웨이 방향과 같은 각도에 맞추어야 하고, 불과 몇 초 사이에 비행기 바퀴가 지상에 닿아야 하기 때문에 실수의 여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런웨이 길이도 짧아 보였다(런웨이 확장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민간항공기가 파로 공항에서 운항을 시작한 1983년 이래 파로 공항에서의 착륙 사고 케이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시티 인 더 스카이 프로그램 티저는 아래를 참고…

우리는 Drukair를 이용하여 카트만두~파로 구간을 이용하였다.

카트만두에서 발행한 보딩패스는 특이하게도 수기로 작성해 주었다.

F열은 오른편이었는데, 에버레스트산을 보려면 왼쪽을 선택해야 한다(방콕/카트만두에서 파로행인 경우)

(그러나 오른편에서도 줌렌즈로 에버레스트 산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이 포인트!).

해당 비행편은 이미 방콕에서 출발해서 카트만두를 경유하던 편이라 좌석의 선택지가 없었으나,

만약 방콕에서 출발하는 비행편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이를 기억해두면 좋을 것이다.

기장/부기장(누구였을지 모름)은 에버레스트 산의 중요한 포인트가 나올 때마다 친절히 설명도 곁들여주었다. 그러나 산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봉 이름들을 한 귀로 흘려들어 버렸다.

에버레스트 산을 본 흥분감에 대부분의 승객들은 착륙의 아슬아슬함은 잊고 구름층을 뚫고 우뚝 솟은 설원의 풍경에 다들 입을 벌리고 감상하였다.

그 와중에 기내에서 흐르는 목관악기 종류의 음악이 마치 승려가 기도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스스로 이상한 시상이 마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당시 기내 안에서 이런 시를 지어보았다.

“에버레스트 산의 정령이시여!

다시 한 번 땅 위에서 숨을 내쉴 수 있는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설령 인간의 조악한 욕심으로 정령의 심기를 건드린다 하더라도

무자비한 백색 바람이 이번에도 우리를 비켜 나가길 바라나이다

웅장한 어깨가 우리를 너그러이 품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한낱 오만한 발길을 다시 한 번 내딛을 기회를 주소서”

하하…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더욱 작아지는 마음을 어떡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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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별 탈 없이 착륙하고…

깊은 숨을 들이내쉬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공기를 만끽하는 가운데, 공항 청사로 들어왔다.

공항 청사는 식상한 유리 건물이 아니라 부탄 고유의 특색이 드러나는 전통건축 양식을 적용한 건물이었다.

(나중에 가이드 말에 따르면 부탄에서 짓는 모든 건물의 디자인은 부탄의 전통 양식을 따라야 한다고…

심지어 유리창의 모양까지 국가에서 정한 동일한 패턴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가이드가 그 말을 할 때 다소 모든 면에서 국가가 너무 강력히 규제해서 자유가 제한된다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기내에서 찍은 영상으로 카트만두에서 파로 구간을 연결해 보았다(저화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