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여행기간 동안 부탄의 음식을 골고루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탄의 식문화의 특징에 대해 한 가지 말해보라고 한다면 부탄인들은 매운 맛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요리에 고추를 넣는데 일종의 향신료로 사용한다기보다 영양 가치가 있는 음식 재료로 사용한다(즉, 아주 조금 넣는 것이 아니라 주 재료가 될 만큼 많이 넣는다).
1. 고추와 치즈
그래서 고추(붉은 고추, 녹색 고추)가 들어간 음식 중 가장 흔히 본 것이 에마다치(Ema Datshi)이었다. 에마는 고추를, 다치는 치즈를 의미한다. 즉, 고추를 치즈와 함께 요리해서 일종의 걸쭉한 스프처럼 내놓는다. 이는 그냥 하나의 요리가 되어, 이를 밥에 추가해서 먹기만 해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부탄에서는 고추 외에도 치즈를 정말 좋아해서 에마다치 외에도 치즈+감자 요리인 케와다치(Kewa Datshi), 버섯+치즈 요리인 샤무다치(Shamu Datshi) 등이 있다. 사실 치즈가 들어가지 않은 식사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치즈나 버터 등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가벼운 고추소스는 없냐고 물었더니, 일종의 고춧가루 다데기 격의 소스를 받았다. 다행히 이 고추소스가 언제나 모든 식당에 준비되어 있어, 기호에 따라 각종 요리에 추가할 수 있다. 나는 매번 이 소스를 요청해서 밥에 넣고 비벼 먹었다.

다양한 채소반찬과 향신료
불교국가인 만큼 다양한 나물 반찬이 많아 비건들도 쉽게 식사할 수 있다. 단, 치즈와 계란은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팀푸시장을 둘러보았을 때 다양한 신선채소, 건채소, 산초 등과 같은 향신료 등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단, 치즈와 계란 등은 꼭 물어보고 빼달라고 해야 한다.
가운데 하단의 국이 가장 가벼운 음식이었는데, 자주(Jaju)라고 하는 국으로 우유에 채소를 넣고 끓이는 가벼운 스타일의 스프였다. 부탄에서 먹은 것 중에 자주jaju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음식들은 치즈때문에 상당히 무겁게 느껴졌다.

밀 대신 쌀과 메밀
우리처럼 쌀이 주식인데, 그 중에서도 완전 도청을 거치지 않은 붉은 쌀을 애용한다.

아래 사진은 메밀 팬케잌, 부탄 사람들은 도정을 덜 한 붉은쌀 외에도 메밀을 즐겨먹는다.

인도식 팬케이크인 도사(Dosa)

인도와 중국 음식 문화의 수용
인접 국가의 음식 문화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중국과 인도에서 부탄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많은 만큼 중국과 인도인들은 부탄에서 먹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들에게 친숙한 음식들이 많이 서빙된다. 아래 사진은 인도식 커리와 부탄의 향신료들이 섞인 소스식 반찬.

뇌를 녹여버릴 수준의 고농도 설탕물에 띄워놓은 찰떡 경단 디저트. 미각세포가 삼투압차를 견디지 못하고 탈수되어 죽을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달았다.

아마 부탄에서 시도해봐야 할 음식으로는 야크버터로 만든 차인 포차(Po Cha)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나는 버터와 같은 기름진 음식을 극도로 싫어하여 사양하였다.
부탄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한국인들 입맛에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 매콤하면서 치즈나 버터 등이 매콤한 맛을 부드럽게 완화해주기 때문에 적당히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다.
치즈나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나로서는 대중적인 메뉴가 입에 맞지는 않았지만, 고추 소스와 밥 덕분에 충분히 즐겁게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전에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식사가 거의 붉은 쌀과 고추, 치즈에 버무린 감자 등으로 구성된다고 하던데, 올려주신 글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다양하군요. 특히 인도 영향을 받은 소스식 반찬이 맛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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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교류가 많기도 하고 인도에 의존을 하는 분야(의료, 교육 등)도 많더군요. 흥미로운 것은 부탄 내에 공식적으로는 도축장이 없으나(불교에서 살생을 금지하므로) 육식을 금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도에서 도축된 육류를 들여온다 하더군요. 말씀하신 책 제목이 흥미롭네요. 기회되면 확인해 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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