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20년을 살다가 포항으로 이산온 지 4년 째…
다들 말하는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을 서울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지역에서 살다보니 실감한다.
의료서비스, 각종 문화 인프라, 도심의 활기 등등 차이가 나는 것은 끝도 없지만
가장 크게 실감하는 것은 사람들의 야만성이다.
서울은 메트로폴리탄 시티답게 각종 인종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섞여 살아서 그런지 획일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정서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하더라도 여기 이 거친 포항에서 느끼는 답답함만큼은 느끼지는 않았는데, 여기 포항은 주변에서 이렇게 저렇게 만나는 사람들 중에 그냥 평범하게 예의바른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말투도 거칠고, 행동도 거칠고, 사고 방식도 거칠고, 품위라는 것 자체가 없다.
그리고 댄스를 사랑하던 사람으로서, 내겐 신촌의 자유분방하고 열린 분위기의 탄츠스테이션 같이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현대무용 개인레슨을 받았다. 분명 1:1 레슨 비용으로 내고 그런 조건으로 시작했는데 공짜 수련생을 하나 둘씩 데려와서 내 수업에 함께 참여시켰다. 사전에 논의된 것도 아니고, 갔더니 수업 어시스턴트라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자기 댄스단원인데 함께 티칭할 겸, 그리고 1:1 수업의 어색함을 깨기 위해 데려온 듯 했다. 말이라도 했으면 생각해 보고 조율했을텐데, 막상 와 있는 학생 앞에 뭐라 하기 그래서 같이 들었다. 그런데 점점 수업 횟수가 진행될수록 원장의 티칭도 그저 그렇고, 학원 앞까지 왔는데 갑자기 수업을 취소하는 등 태도불량으로 도대체가 선생으로 인정해줄 수가 없었다. 그는 내가 없어도 자기를 신처럼 받을어주는 간절한 입시 학생들이 있으니까 아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 댄서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춤이 좋아 전문적으로 훈련을 하겠다는 비전형적인 나 같은 학생을 감당할 정서적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실망하여, 차선책으로 발레 학원을 등록했는데, 발레 수업이 50분이라…하…그냥 발레 흉내만 내는 클래스였고, 수강생들도 그냥 레오타드 입고 발레하는 그 사실 자체만 즐기는 듯해 보였다. 게다가 원장은 몇 명 되지도 않는 수강생을 세워놓고 점프를 시키는 데 매번 나이로 소그룹을 나눠서 젊은이, 어르신 이런 식으로 나눠서 부르는 이상한 규칙을 적용하기까지 했다. 내 나이를 안 알려줬더니 클래스 중에 사람들 앞에서 몇 살이세요?라는 질문을 하기까지..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집 근처에서 발레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 50분 수업이라도 감사히 받자하는 마음이었으나, 점점 더 그 닫힌 그룹의 분위기가 역겨워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 수업을 가장하여 원장과 친한 사람들이 발레리나 코스프레나 하는 그런 수업이 싫었다. 성인 발레는 수강생도 몇 명 없고 하니 원장은 유아발레에 올인한 듯 하였다. 그리고 수업 중에 티칭 중에 내 다리를 쭈욱 잡아 당기는 바람에 내전근을 다쳤으나, “당신 때문이오”라고 따지기도 귀찮아서 중간에 그만 두었다.
그리고 나서 찾은 곳은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힙합 학원. 락킹 수업도 좋았고, 힙합 수업도 좋았다.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도 발랄하고, 넘쳐나는 호르몬에 취해 조그만 이벤트에도 깔깔거리고, 원장의 제스쳐 하나하나에 귓청을 뚫는 애교섞인 고성을 내지르는 그런 분위기. 오케이. 즐거움이 충만하니 다 이해했다. 힙합 선생님이 쌍둥이였는데, 형인 분이 수업을 그만두고 동생이라는 사람이 형 수업을 대체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열린 마음의 형과 달리, 이 인간은 처음부터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역력했고, 내가 내 방식으로 흥에 겨워 추면 재미로 받아들이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코멘트를 하거나, 아니면 거의 대부분 아예 나는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냥 이상하니 불편하고, 불편하니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결국 지쳐서 안 나오겠지 이런 식인 듯 했다. 중고등학생 수강생만 편하게 대하고 나는 완전히 수업에서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아니, 내가 춤을 이상하게 추는 것도 아니고, 탄츠스테이션에서도 즉훙 수업 중에 칭찬도 종종 받고, 홍대에서 버스킹하는 애들 앞에서 춤 추면서 흥도 띄워주고, 클럽에서 놀면 잘 춘다고 피드백도 받았는데, 대체 내 춤이 뭐가 문젠데 따지고 싶었다. 그 인간이 시키는대로 해도 칭찬도 없고, 아니면 뭐가 부족하다 이런 피드백도 없었다. 게다가 그 인간은 인체생리학, 운동역학, 댄스이론 그 어떤 지식도 없는데 무식하게 뭔가 트레이닝 팁을 주려고 하느 것 때문에 영 마음에 안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마지막 수업이 되었던 그 날, 수업 중에 갑자기 스쿼트 100개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무식하게 군대에서 하듯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일렬로 서서 100개를 같이 하라는 것이다. 즉, 누군가가 중단하면 그 사람 탓이 되므로 다들 똑같이 해야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비전문적인 발레 학원에서 다친 내전근으로 고생하고 있었고, 반월판 연골 손상으로 수업 중에 knee wrap을 하고 계속 수업을 받았고, 재활병원 좋은 곳이 어디인지 물어본 적도 있었으나, 이 선생 자격도 없는 인간은 무식하게 100개의 스쿼트를 갑자기 시켰다. 나는 스쿼트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라고 거부 의사를 첨에 밝혔으나 그는 춤을 추려면 강한 다리가 필요하다며 그냥 다같이 하라고 했다. 스쿼트를 권장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지 시범만 보여도 될 것을, 갑자기 100개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되었지만 수업 분위기를 망치기 싫었고, 어린 학생들 앞에서 그 인간의 체면을 구기게 하기 싫어 그냥 이를 꽉 물고 100개를 결국은 다 했다. 그러나 모든 수강생들이 50개가 넘어가자 다들 다리가 후달거리고 못 하겠다고 비명을 내질렀으나 계속 100개를 완성하라고 했다. 그 날 나를 비롯해 수강생들 모두 수업 이후 시간에 다리가 컨트롤되지 않는 것이 역력하였다.
그리고나서 그 날 이후 이미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내 손상된 근육과 건(tendon)은 여전히 심각한 통증으로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다. 그만 두고 환불 요청을 할 때 원장에게 그 수업 때문에 이런 부상을 입었고, 더 이상 그 선생의 수업은 못 받겠다고, 그리고 힙합 스피릿없이 입시생 위주로 돌아가는 분위기, 새로운 멤버에 대한 열린 마음 없는 분위기에 실망했다고 메세지를 남겼다. 원장은 이해해 줘서 감사하다(이해하고 꺼져주어서 감사하다인가?)라고 했고 본인도 그런 한계를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외면하고 싶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역력했다. 나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최고라는 가르침만 받고 자라온 탓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문제가 지속되고 고통받는 것은 내 자신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그 인간이 내 블로그를 우연이 방문하게 된다면 제발 이 글을 읽고 내게 사과하길 바란다.
야만적인 포항의 또 다른 이면 2탄은 그 다음 포스트에 작성하기로 한다.
[…] 1편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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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만의 작지만은 않은 도시, 포항에서 4년 간 지내면서 겪은 고충은 1편(링크)과 2편(링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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